사람이 좋다 171회 '천수의 봄' 편
축구밖에 모르던 소년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전천후 '득점 기계'로 명성을 떨치며 청소년 대표, 올림픽 대표, 국가대표 세 개 팀에서 활약하며 명실공히 축구 천재로 불리던 소년이었습니다.
21살 어린 나이에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4강 신화의 주역이 되었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환상의 프리킥으로 한국 축구 사상 원정 첫승을 이끌었습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 한국 축구의 역사를 바꿔놓은 주인공 그는 바로 이천수입니다.
'축구 천재', '한국 축구의 대들보', '아시아의 다람쥐' 등 그를 가리키는 수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그는 '그라운드의 악동'이었습니다. 경기 중 심판에게 욕설을 퍼부어 물의를 빚고, 축구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임의탈퇴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천수 "아내 만나서 지금까지 웃고 있는 거 같아요"
현재 모델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심하은
예능의 정글에 들어온 그라운드의 악동, 이천수
그라운드에서 사라진 이천수가 다시 등장한 곳은 한 예능 프로그램,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그의 반전모습은 악동으로만 그를 기억하던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현역 시절에도 얼굴을 가린 채 축구 실력으로만 평가받고 싶었다는 이천수의 솔직한 고백은 많은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고, 그는 지금 섭외 1순위, 자칭 송중기보다 대세입니다.
하지만 예능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방심하는 순간 먹이사슬 가장 밑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아나운서 김현욱을 찾아가 특훈을 받는가 하면, 김흥국과 함께 '흥라인'을 결성하는 이천수는 고군분투하며 도전은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스케줄이 없을 땐 백수인 이천수, 모델학과 교수 아내가 출근하면 4살 딸 이주은을 전담 마크하는 건 그의 몫입니다. 그라운드에서는 누구도 못 말리는 악동이었지만, 4살 주은이 앞에선 꼼짝 못하는 초보 아빠 이천수입니다.
심하은 "운동할 때 진짜 맛있었어요"
한편, 4년 전, 소속 구단과의 문제로 징계를 받고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게 된 시절, 이천수는 대중들의 시선이 두려워 1년 365일 중 300일가량 모자를 눌러썼으며, 세상을 피해 숨었던 그때 변함없이 그의 곁을 지켜준 건 바로 아내 심하은입니다.
이제 이천수는 4살 딸 주은이의 듬직한 아빠로, 아내 심하은의 자상한 남편으로 인생 후반전을 살고 있습니다. 25년간 해온 축구보다 가족이 더 좋다는 사랑꾼 이천수. 어린 나이에 그라운드 위에서 인생의 4계절을 모두 지나온 그는 새로운 무대에서 다시, 봄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