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전 (鄭道傳)
조선을 세운 것은 태조 이성계였지만, 조선이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만든 것은 정도전이라고 한다. 조선의 행정제도를 만들고 궁궐의 이름까지 지은 인물입니다. 조선 개국의 핵심 주역으로 고려 말기의 사회 모순을 해결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새로운 왕조를 개창했습니다. 각종 제도의 개혁과 정비를 통해서 조선왕조 500년의 기틀을 다져놓았습니다.
정도전은 1383년 함주 막사로 동북면도지휘사 이성계를 찾아가 세상사를 논하고 그와 인연을 맺었고, 이성계가 조선 왕조를 열면서 조선의 여러 제도를 정비했습니다. 1398년 진법 훈련을 강화하면서 요동정벌을 추진하고, 태조로 하여금 절제사를 혁파하여 관군으로 합치고 왕자와 공신들이 나누어 맡고 있던 군사지휘권을 박탈하게 하고, 이방원을 전라도로, 이방번을 동북면으로 보내려 했으나 8월 이방원 세력의 기습을 받아 살해되었습니다.
* 요동 정벌 (遼東征伐)
고려 말과 조선 초에 추진했던 군사 정책으로, 원나라가 약해진 틈을 타 옛 고구려 영토인 요동지방을 되찾으려 한 행동입니다. 고려 말 원나라의 세력이 약해지자 공민왕은 철령위를 점령했는데, 1388년(우왕 14년) 명나라가 이 지역의 소유권을 주장했습니다. 이에 고려는 최영을 중심으로 요동 정벌을 단행했으나, 이성계에 의해 좌절되었습니다.
조선 건국 후에도 여전히 명나라와 외교 관계가 매끄럽지 못해, 개국공신 중 한 사람인 정도전이 이를 강력히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정도전은 1398년(태조 7년) 제1차 왕자의 난 때 이방원에게 살해되었고, 그 후로 요동 정벌도 중단되었습니다.
<육룡이 나르샤 44회 줄거리>
하륜과 민제는 정도전을 명나라로 보내지 않으려는 이성계에 반드시 보내야 한다 말하고, 조말생 역시 유생들을 이끌고 정도전을 명나라로 보내라는 상소를 읽는다. 이에 정도전은 이성계를 찾아가 모든 관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다. 한편 강씨부인은 마지막까지 방원이에게 방석이를 부탁하고, 강씨부인이 명을 다하자 이성계는 어디론가 떠나는데...
밀본 1대 본원 정도전
이상과 현실의 갈등, 정도전과 이방원
정도전은 개국 후 태조의 두번째 부인 신덕왕후 강씨 소생 '이방석'을 세자로 책봉하는 문제에 관여하였습니다. 태조에게는 두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첫째는 신의왕후 한씨, 둘째 신덕왕후 강씨였습니다. 신의왕후 소생 아들로는 이방우, 이방과(정종), 이방의, 이방간, 이방원(태종), 이방연 등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신덕왕후 소생의 아들보다도 아버지 태조가 왕위에 오르는 데 공도 많았으나, 정도전이 이를 다 무시하고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게 하였던 것이었습니다.
정몽주를 선지교에서 살해함으로써 조선 건국이 가속화되는 계기를 만들었던 이방원 등 첫째 부인 한씨 소생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으며, 더구나 '사병혁파' 문제로 서로 갈등을 보이던 중 1398년(태조 7년) 제1차 왕자의 난이 발생하였고, 정도전은 이방원이 이끄는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도전은 조선조 내내 신원 되지 않다가 고종 때 관직이 회복되었고, 고종 때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건국 초에 설계 등에 참여한 정도전의 공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1차 왕자의 난' 발생 원인은 개인적인 불만이 표출된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방원과 정도전이 가지고 있던 정치적 이상의 차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국가체제를 어떻게 편제하고 운영할 것인가의 차이인 것입니다. 정도전이 왕권과 신권의 조화를 꾀하는 이상적인 왕도정치를 표방하였다면, 이방원은 그와는 달리 강력한 왕권에 바탕을 둔왕조국가를 지향했기 때문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에서 현실이 우세하였으나 시간이 흘러 사림들이 집권하게 되면서 정도전이 꿈꾸던 이상 세계가 구현되어 갔으니, 정도전의 꿈은 꿈에서 그친 것이 아니리라….